동아일보는 한 입으로 두 말 했다.
이정환닷컴에 재미있는 포스트가 올라왔다. 동아일보가 비정규직법에 대한 태도를 2년만에 바꿨다는 주장. 맞다, 동아일보는 한 입으로 두 말 했다. 그런데 2년 반 뒤에 발을 바꾼 게 아니라 두 페이지 뒤에서 바꿨다. (신문으로 치면 종이 한 장만 넘기면 말 바꾸기…)1면 헤드라인은 분명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뽑았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헤드라인데 대한 '미디어오늘'의 평가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제목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이 지나면 마치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신문은 기사 하나만 보라고 만드는 매체가 아니다. 신문 한 면에 찬반 의견을 각각 배치했는데, 인터넷으로 기사 링크 하나만 따와서 일방적으로 한 쪽만 옹호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일도 사실 여러 번이다. 신문을 읽으려면 전체적인 편집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1면 헤드라인은 분명히 '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좀 약한 게 아닐까?
동아일보는 원래 '비정규직법'을 싫어했다.
먼저 책에서 인용한 구절을 잠깐 읽자.2006년 1월 프랑스에서는 최대인원 150만 명까지 참가한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이 시위의 원인은 프랑스 정부가 마련한 최초 고용계약(CPE) 때문이었다. 의회를 통과한 이 노동법은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청년 실엄 해소를 위해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를 입안하고 통과시킨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청년덜은 "CPE는 신규고용창출은커녕 고용불안만 가중한다. 우리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티슈가 아니다"라며 거친 시위를 벌였다.
당황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등 수정안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하며 시위를 진합하려 했지만 결국 이 법은 철회됐다.
그런데 독을 메르겔 정부가 2005년 11월 같은 법안을 마련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단번에 통과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바로 다음의 문장이었다.
"임시직 2년후 채용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고용계약에 관한 메시지는 똑같았다. 같은 메시지지만 '2년 안에 해고할 수 있다'는 표현과 '2년 후에 채용할 수 있다'는 표현은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냈다. '채용'은 마음을 움직였지만 '해고'는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송숙희 '워딩파워' 28, 29쪽
'2년 뒤 고용'과 '2년 뒤 해고'는 100% 정반대 맥락은 아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 법안도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고하라는 법안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게 법안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2년 해고'로 악용될 역기능이 너무도 컸다는 것.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노사 양쪽에서 이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도 2007년 6월. 사설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反노조 관점이지만) 적어도 동아일보가 갑작스레 비정규직법에 대한 '주장을 180도 바꾼' 건 아니라는 증거는 맞다. 지난해 5월 사설도 보자.
동아일보는 시행되기 전부터 이 법을 싫어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하기 바빴다. '여러분의 상식'으로 생각해봐도 노무현 정권이 만든 법을 동아일보가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무조건 비난과 '논쟁'의 여지.
우리 기업이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너무 뻔하다. 월급 적게 줘도 되고 마음대로 잘라도 되니까. 반대로 정규직 노동자는 월급이 많고 마음대로 자르기 어렵다.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틈만 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권고를 들먹이며 "노동 시장이 유연화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려 하나"고 맞선다.
동아일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친기업적인 논조가 더 강한 게 사실이다. 다른 매체에 비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자주 다루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눈 앞에 대량 해고 사태가 직면에 있는데 '일관성도 아닌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외면해야 하는 걸까?
이 언론사가 얘기해 온 "정규직 노동자가 희생해야 비정규직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거나 "대졸 초임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받아들이기 버거운 게 사실. 그렇지만 '경영진은 악(惡)'이라는 주장에서 한 발 비껴서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선진국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줄이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다.
"고용 비용이 너무 부담"이라는 주장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것처럼 "회사가 양보해야지 왜 우리가?"하는 주장도 모든 이들의 동이를 얻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양 쪽 모두가 틀린 것도 아니다. 기업은 노동자 없이 존립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하는 건 좋다.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단지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딱 제목 한 줄만 가지고 비난하는 일, 이건 말 그대로 "비난을 위한 비난"밖에 안 된다. 그저 '조중동'이라면 신나서 비난하는 사람들, 일단 신문 좀 꼼꼼히 읽고 나서 얘기하자. 제목 한 줄만 가지고 비난 안 해도 '논쟁을 벌일 만한' 기사는 차고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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