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한 입으로 두 말 했다.

이정환닷컴에 재미있는 포스트가 올라왔다. 동아일보가 비정규직법에 대한 태도를 2년만에 바꿨다는 주장. 맞다, 동아일보는 한 입으로 두 말 했다. 그런데 2년 반 뒤에 발을 바꾼 게 아니라 두 페이지 뒤에서 바꿨다. (신문으로 치면 종이 한 장만 넘기면 말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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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6년 12월 1일자 A3면

1면 헤드라인은 분명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뽑았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 거짓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헤드라인데 대한 '미디어오늘'의 평가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런 제목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이 지나면 마치 모두 정규직이 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신문은 기사 하나만 보라고 만드는 매체가 아니다. 신문 한 면에 찬반 의견을 각각 배치했는데, 인터넷으로 기사 링크 하나만 따와서 일방적으로 한 쪽만 옹호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일도 사실 여러 번이다. 신문을 읽으려면 전체적인 편집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1면 헤드라인은 분명히 '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정신분열증'에 걸렸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좀 약한 게 아닐까?



동아일보는 원래 '비정규직법'을 싫어했다.

먼저 책에서 인용한 구절을 잠깐 읽자.

2006년 1월 프랑스에서는 최대인원 150만 명까지 참가한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이 시위의 원인은 프랑스 정부가 마련한 최초 고용계약(CPE) 때문이었다. 의회를 통과한 이 노동법은 고용주가 26세 미만 직원을 채용할 경우 처음 2년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청년 실엄 해소를 위해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를 입안하고 통과시킨 정부의 의도였다. 하지만 그 대상이 되는 청년덜은 "CPE는 신규고용창출은커녕 고용불안만 가중한다. 우리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성 티슈가 아니다"라며 거친 시위를 벌였다.

당황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등 수정안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하며 시위를 진합하려 했지만 결국 이 법은 철회됐다.

그런데 독을 메르겔 정부가 2005년 11월 같은 법안을 마련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단번에 통과한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바로 다음의 문장이었다.

"임시직 2년후 채용할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의 고용계약에 관한 메시지는 똑같았다. 같은 메시지지만 '2년 안에 해고할 수 있다'는 표현과 '2년 후에 채용할 수 있다'는 표현은 극과 극의 반응을 불러냈다. '채용'은 마음을 움직였지만 '해고'는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송숙희 '워딩파워' 28, 29쪽

'2년 뒤 고용'과 '2년 뒤 해고'는 100% 정반대 맥락은 아니다. '미디어오늘'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비정규직 법안도 2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해고하라는 법안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게 법안의 초점"이었다. 하지만 '2년 해고'로 악용될 역기능이 너무도 컸다는 것.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노사 양쪽에서 이 점에 대해 불만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도 2007년 6월. 사설을 통해 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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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7년 6월 5일 A35면

(反노조 관점이지만) 적어도 동아일보가 갑작스레 비정규직법에 대한 '주장을 180도 바꾼' 건 아니라는 증거는 맞다. 지난해 5월 사설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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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8년 5월 15일 A31면

동아일보는 시행되기 전부터 이 법을 싫어했다. 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하기 바빴다. '여러분의 상식'으로 생각해봐도 노무현 정권이 만든 법을 동아일보가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



무조건 비난과 '논쟁'의 여지.

우리 기업이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너무 뻔하다. 월급 적게 줘도 되고 마음대로 잘라도 되니까. 반대로 정규직 노동자는 월급이 많고 마음대로 자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틈만 나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권고를 들먹이며 "노동 시장이 유연화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자들은 "모든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만들려 하나"고 맞선다.

동아일보는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친기업적인 논조가 더 강한 게 사실이다. 다른 매체에 비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자주 다루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눈 앞에 대량 해고 사태가 직면에 있는데 '일관성도 아닌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외면해야 하는 걸까?

이 언론사가 얘기해 온 "정규직 노동자가 희생해야 비정규직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거나 "대졸 초임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받아들이기 버거운 게 사실. 그렇지만 '경영진은 악(惡)'이라는 주장에서 한 발 비껴서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선진국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줄이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많다.

"고용 비용이 너무 부담"이라는 주장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것처럼 "회사가 양보해야지 왜 우리가?"하는 주장도 모든 이들의 동이를 얻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양 쪽 모두가 틀린 것도 아니다. 기업은 노동자 없이 존립할 수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비판을 하는 건 좋다.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단지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딱 제목 한 줄만 가지고 비난하는 일, 이건 말 그대로 "비난을 위한 비난"밖에 안 된다. 그저 '조중동'이라면 신나서 비난하는 사람들, 일단 신문 좀 꼼꼼히 읽고 나서 얘기하자. 제목 한 줄만 가지고 비난 안 해도 '논쟁을 벌일 만한' 기사는 차고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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